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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가 뚫어 준 울타리 구멍 (2학년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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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0-03-31 10:46 | 조회 9,5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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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가 뚫어 준 울타리 구멍




                                                  장산초 2년 김강윤

                                                       




“구만아! 우리 소, 송아지 낳았대이.”

“정말이가?”

“그래, 퍼떡 와 봐라, 빨리!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얼매나 예쁜지 모른다카이.”

엄지가 마구 뽐내자 구만이는 그만 시무룩해지고 말았어요.

구만이네 엄마소도 배불뚝이였거든요.

“이 등신아, 니는 와 빨리 송아지 안 놓노? 내가 쇠파리도 쫓아주고, 비싼 콩도 한 움큼씩 더 넣어 줬잖아!”

‘치, 친구들한테 엄지네 소보다 우리 소가 더 빨리 새끼 낳을끼라 자랑했는데…….’

구만이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엄마소를 노려보았어요.

“구만아, 니 뭐하노? 우리 송아지 젖 빠는 것 좀 봐라. 정말 예쁘제.”

엄지가 울타리 구멍으로 고개를 내밀고 자랑을 하자,

“야, 시끄럽다! 울타리 구멍이 대문이가?”

“와카노, 니 우리 소가 먼저 송아지 낳으니까 샘나서 그카제?”

“아이다! 울타리 구멍으로 엿보지 말란 말이다.”

“그래 좋다.”

엄지도 화가 나서 소리쳤어요.

구만이는 재빨리 울타리 구멍을 막아버렸어요.

다음날 구만이는 엄지를 보고도 못 본 척했지요.

“진수야, 니 엄지가 오줌싼 거 아나?”

“히히. 뭐, 엄지가 오줌 쌋나?”

“그래, 우리 집에 키 쓰고 소금 얻으로 안 왔나. 오줌싸개하고 놀지 마래이.”

“뭐라꼬! 야들아! 구만이는 배꼽이 두 개다카이.”

엄지도 지지 않았어요.

어느 해질 무렵이었죠.

“음메-”

구만이네 엄마소가 마침내 송아지를 낳았어요.

구만이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어요.

‘치, 뭐가 이쁘노, 하나도 안 이쁘다.’

엄지도 화가 나서 반쯤 뚫린 울타리 구멍을 다시 막아 버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엄지가 보니 꼭꼭 막아 놓았던 울타리 구멍이 다시 뚫려 있는 게 아니겠어요.

‘누가 울타리 구멍을 또 뚫어 놨노? 어 어! 우리 송아지, 우리 송아지 어디 갔노?’

“송아지가 없어졌데이.”

엄지가 소리쳤어요.

“구만아, 우리 송아지 못 봤나?”

구만이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어요.

“우리 집에 퍼뜩 온나, 저거 함 바레이.”

구만이네 마당에는 두 마리의 송아지가 구만이네 엄마소의 젖을 쪼오옥, 쪽 빨고 있지 뭐예요.

“엄지야, 둘이 쌍둥이 같제?”

“맞다, 우째 저래 사이가 좋노.”

빨갛게 노을 지는 초가지붕아래 엄지와 구만이는 마주 쳐다보며 웃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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