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작가) 강숙인-소라의_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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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3-02-18 15:15
조회 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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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작가)강숙인-소라의_약속.hwp(32.0K)[1]2013-02-18 15: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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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및 미디어중독 예방 창작동화)
<초대작가 작품>
소라의 약속
작가 강 숙 인
“소라야, 엄마 나갔다 올게.”
외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엄마가 현관을 나서면서 말했어. 소라는 기쁜 마음을 감추고 짐짓 시무룩하게 엄마한테 물었어.
“몇 시쯤 올 건데? 나 혼자 있는 거 싫단 말야.”
“미안, 미안. 엄마가 오랜만에 친구랑 만나기로 약속을 했거든. 집에서 가까운 데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늦어도 여섯시까지는 돌아올 거야.”
앗싸! 여섯시까지면 한 시간 반 이상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있다! 소라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지. 엄마가 현관문을 나서려다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어.
“너, 엄마랑 약속한 거 잊지 않았지?”
두 달 전, 소라는 인터넷 게임에 푹 빠져 틈만 나면 게임을 했단다. 그러자 엄마는 아예 인터넷 게임을 못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려 했어. 그때 소라는 엄마랑 단단히 약속을 했지. 인터넷 게임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30분씩만 하겠다고.
“좋아, 엄마가 우리 딸 한번 믿어볼 거야. 무슨 일이든 억지로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안하는 게 진짜 좋은 방법이니까.”
소라가 엄마랑 한 약속 잘 지켰느냐고? 물론 엄마가 집에 있을 땐 잘 지켰지. 하지만 오늘처럼 엄마가 외출하고 소라 혼자 집에 있는 날이면 몰래 인터넷을 게임을 했어. 꿈에서도 하는 인터넷 게임을 어떻게 약속 때문에 참고 안 할 수가 있느냐고!
“당근 잊지 않았지. 엄마는 딸을 그렇게 못 믿어?”
소라는 엄마가 빨리 나가 주기를 바라며 큰소릴 팡팡 쳤지.
“그래, 엄만 우리 딸 믿어.”
엄마가 집을 나가자마자 소라는 방으로 달려가 게임을 시작했지. 컴퓨터 안에서 펼쳐지는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에서 소라는 멋진 전사가 되었단다. 그러고는 한껏 힘을 기른 뒤에, 쉴새없이 나타나는 적을 물리쳤지. 그때마다 어깨가 으쓱거려지고 진짜 전사가 된 것처럼 신이 났어. 그런데.
“소라야!”
갑자기 날카로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뭐야. 소라는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았어. 글쎄 엄마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방문 앞에 서 있는 거야. 얼른 탁상시계를 보았더니 아직 다섯시가 채 되지 않았어.
“어, 엄마.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소라는 따지듯이 물었지. 엄마가 눈을 크게 뜨고 소라를 노려보았어.
“친구가 일이 생겨서 빨리 헤어졌어. 근데 너 여태까지 엄마 없을 때마다 게임 했어?”
소라가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엄마가 전원 코드를 확 뽑아버렸어. 컴퓨터 화면이 깜깜해지면서 알록달록 화려하고 재미있는 게임 세상이 사라져 버렸어. 소라는 울컥 눈물이 났단다.
“게임 차단 프로그램 깔 거니까 그리 알아!”
엄마가 까칠한 목소리로 말했어. 소라는 순간 앙 울음을 터뜨렸단다. 엄마는 우는 소라를 그대로 내버려두고는 방을 나가 버렸어. 소라는 엄마가 달래 주지도 않는 것이 속상해서 한참을 더 울었단다. 이윽고 소라가 울음을 그치고 멍하니 앉아 있을 때였어.
“소라야, 요 앞 공원에 엄마랑 같이 자전거 타러 가자. 오늘 날씨가 정말 좋더라.”
소라는 얼른 엄마를 따라나섰어. 엄마 말을 순순히 잘 들으면 여태까지 약속 지키지 않은 거, 엄마가 용서해 줄지도 모르잖아.
소라는 엄마와 같이 공원으로 가서 자전거를 탔어.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면서도 내내 게임 생각뿐이었지.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일이 즐거워졌어. 힘차게 페달을 밟을 때의 느낌도 좋았고 뺨을 스쳐가는 바람도 무척 상쾌했어. 한참 자전거를 탄 다음 소라는 엄마와 풀밭에 앉아 달콤한 주스를 마셨어.
“소라야, 앞으로 엄마랑 자주 여기 자전거 타러 오자.”
“나 게임 못하게 하려고 그러지? 차단 프로그램 깔면 어차피 못할 건데 뭐.”
소라는 입을 쑥 내밀며 볼멘소리를 했어.
“소라야, 너 안데르센 동화 분홍신 읽었지?”
엄마가 갑자기 물었어. 소라는 뜬금없이 무슨 소린가 싶어 엄마를 빤히 쳐다보았어.
“분홍신을 신으면 춤을 추고 싶지 않을 때도 신이 계속 춤을 추게 만들잖아. 소라는 그 이야기를 읽고 무섭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니? 만약 네가 지쳐 쓰러질 것 같은데도 신발 때문에 억지로 춤을 추어야 한다면 어떨 것 같니?”
“그야 엄청 무섭지. 그치만 그건 동화잖아. 세상에 진짜로 그런 신은 없어.”
“왜 없어? 인터넷 중독이 바로 분홍신이나 똑 같아. 인터넷도 한번 중독이 되면 내 힘으로는 끊을 수가 없거든. 그래서 엄마가 자꾸 잔소리를 하는 거야.”
소라의 눈앞에 동화책 삽화가 떠올랐어. 분홍신을 신고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주인공 소녀의 모습이 말야.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것 같았어.
“소라야, 다시 한번 네 힘으로 약속을 지켜볼래? 그럼 엄마도 억지로 차단 프로그램 깔지 않을게.”
소라는 고개를 끄덕였어. 동화 속의 소녀처럼 끝없이 춤추고 싶지는 않았거든.
“그만 집에 가자. 곧 아빠 오실 거야.”
소라는 엄마와 나란히 자전거를 달렸어. 서늘한 저녁 바람이 소라의 뺨을 스쳐갔어. 어쩐지 이번 토요일까지 인터넷 게임 하고 싶은 마음 잘 참을 수 있을 것 같았어. 소라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았단다.
*초대작가 강숙인 약력
1953년 경북 대구 출생
1979년 소년중앙 문학상 중편동화 당선
1980년 서울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83년 계몽사 어린이 문학상 당선
2003년 가톨릭 문학상 수상
2005년 윤석중 문학상 수상
지은책 ‘마지막 왕자’ ‘뢰제의 나라’ ‘화랑 바도루’ ‘아 호동왕자’ ‘초원의 별’
‘지귀 선덕여왕을 꿈꾸다’ ‘불가사리’ ‘꾸꾸를 부탁해’ 외 다수.
<초대작가 작품>
소라의 약속
작가 강 숙 인
“소라야, 엄마 나갔다 올게.”
외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엄마가 현관을 나서면서 말했어. 소라는 기쁜 마음을 감추고 짐짓 시무룩하게 엄마한테 물었어.
“몇 시쯤 올 건데? 나 혼자 있는 거 싫단 말야.”
“미안, 미안. 엄마가 오랜만에 친구랑 만나기로 약속을 했거든. 집에서 가까운 데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늦어도 여섯시까지는 돌아올 거야.”
앗싸! 여섯시까지면 한 시간 반 이상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있다! 소라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지. 엄마가 현관문을 나서려다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어.
“너, 엄마랑 약속한 거 잊지 않았지?”
두 달 전, 소라는 인터넷 게임에 푹 빠져 틈만 나면 게임을 했단다. 그러자 엄마는 아예 인터넷 게임을 못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려 했어. 그때 소라는 엄마랑 단단히 약속을 했지. 인터넷 게임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30분씩만 하겠다고.
“좋아, 엄마가 우리 딸 한번 믿어볼 거야. 무슨 일이든 억지로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안하는 게 진짜 좋은 방법이니까.”
소라가 엄마랑 한 약속 잘 지켰느냐고? 물론 엄마가 집에 있을 땐 잘 지켰지. 하지만 오늘처럼 엄마가 외출하고 소라 혼자 집에 있는 날이면 몰래 인터넷을 게임을 했어. 꿈에서도 하는 인터넷 게임을 어떻게 약속 때문에 참고 안 할 수가 있느냐고!
“당근 잊지 않았지. 엄마는 딸을 그렇게 못 믿어?”
소라는 엄마가 빨리 나가 주기를 바라며 큰소릴 팡팡 쳤지.
“그래, 엄만 우리 딸 믿어.”
엄마가 집을 나가자마자 소라는 방으로 달려가 게임을 시작했지. 컴퓨터 안에서 펼쳐지는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에서 소라는 멋진 전사가 되었단다. 그러고는 한껏 힘을 기른 뒤에, 쉴새없이 나타나는 적을 물리쳤지. 그때마다 어깨가 으쓱거려지고 진짜 전사가 된 것처럼 신이 났어. 그런데.
“소라야!”
갑자기 날카로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뭐야. 소라는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았어. 글쎄 엄마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방문 앞에 서 있는 거야. 얼른 탁상시계를 보았더니 아직 다섯시가 채 되지 않았어.
“어, 엄마.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소라는 따지듯이 물었지. 엄마가 눈을 크게 뜨고 소라를 노려보았어.
“친구가 일이 생겨서 빨리 헤어졌어. 근데 너 여태까지 엄마 없을 때마다 게임 했어?”
소라가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엄마가 전원 코드를 확 뽑아버렸어. 컴퓨터 화면이 깜깜해지면서 알록달록 화려하고 재미있는 게임 세상이 사라져 버렸어. 소라는 울컥 눈물이 났단다.
“게임 차단 프로그램 깔 거니까 그리 알아!”
엄마가 까칠한 목소리로 말했어. 소라는 순간 앙 울음을 터뜨렸단다. 엄마는 우는 소라를 그대로 내버려두고는 방을 나가 버렸어. 소라는 엄마가 달래 주지도 않는 것이 속상해서 한참을 더 울었단다. 이윽고 소라가 울음을 그치고 멍하니 앉아 있을 때였어.
“소라야, 요 앞 공원에 엄마랑 같이 자전거 타러 가자. 오늘 날씨가 정말 좋더라.”
소라는 얼른 엄마를 따라나섰어. 엄마 말을 순순히 잘 들으면 여태까지 약속 지키지 않은 거, 엄마가 용서해 줄지도 모르잖아.
소라는 엄마와 같이 공원으로 가서 자전거를 탔어.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면서도 내내 게임 생각뿐이었지.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일이 즐거워졌어. 힘차게 페달을 밟을 때의 느낌도 좋았고 뺨을 스쳐가는 바람도 무척 상쾌했어. 한참 자전거를 탄 다음 소라는 엄마와 풀밭에 앉아 달콤한 주스를 마셨어.
“소라야, 앞으로 엄마랑 자주 여기 자전거 타러 오자.”
“나 게임 못하게 하려고 그러지? 차단 프로그램 깔면 어차피 못할 건데 뭐.”
소라는 입을 쑥 내밀며 볼멘소리를 했어.
“소라야, 너 안데르센 동화 분홍신 읽었지?”
엄마가 갑자기 물었어. 소라는 뜬금없이 무슨 소린가 싶어 엄마를 빤히 쳐다보았어.
“분홍신을 신으면 춤을 추고 싶지 않을 때도 신이 계속 춤을 추게 만들잖아. 소라는 그 이야기를 읽고 무섭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니? 만약 네가 지쳐 쓰러질 것 같은데도 신발 때문에 억지로 춤을 추어야 한다면 어떨 것 같니?”
“그야 엄청 무섭지. 그치만 그건 동화잖아. 세상에 진짜로 그런 신은 없어.”
“왜 없어? 인터넷 중독이 바로 분홍신이나 똑 같아. 인터넷도 한번 중독이 되면 내 힘으로는 끊을 수가 없거든. 그래서 엄마가 자꾸 잔소리를 하는 거야.”
소라의 눈앞에 동화책 삽화가 떠올랐어. 분홍신을 신고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주인공 소녀의 모습이 말야.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것 같았어.
“소라야, 다시 한번 네 힘으로 약속을 지켜볼래? 그럼 엄마도 억지로 차단 프로그램 깔지 않을게.”
소라는 고개를 끄덕였어. 동화 속의 소녀처럼 끝없이 춤추고 싶지는 않았거든.
“그만 집에 가자. 곧 아빠 오실 거야.”
소라는 엄마와 나란히 자전거를 달렸어. 서늘한 저녁 바람이 소라의 뺨을 스쳐갔어. 어쩐지 이번 토요일까지 인터넷 게임 하고 싶은 마음 잘 참을 수 있을 것 같았어. 소라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았단다.
*초대작가 강숙인 약력
1953년 경북 대구 출생
1979년 소년중앙 문학상 중편동화 당선
1980년 서울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83년 계몽사 어린이 문학상 당선
2003년 가톨릭 문학상 수상
2005년 윤석중 문학상 수상
지은책 ‘마지막 왕자’ ‘뢰제의 나라’ ‘화랑 바도루’ ‘아 호동왕자’ ‘초원의 별’
‘지귀 선덕여왕을 꿈꾸다’ ‘불가사리’ ‘꾸꾸를 부탁해’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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