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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작가)고수산나-우리_형을_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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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3-02-18 15:16 | 조회 8,674 | 댓글 0

본문

(인터넷 및 미디어중독 예방 창작동화)       


<초대작가 작품>
     

        우리 형을 돌려주세요

                            작가 고수산나



우리 형은요, 유치원에 다니는 나보다 세 살 더 많은 10살이에요.
“태민아, 형아랑 축구 할래?”
“형아가 바둑 가르쳐 줄까?”
우리 형은 운동도 잘하고 나랑도 잘 놀아주는 아주 착한 형이에요.
“태민아, 도마뱀은 꼬리가 잡히면 꼬리를 잘라 놓고 그냥 도망간다.”
“정말? 그럼 꼬리 없이 살아?”
“아니, 꼬리가 다시 자라.”
와, 우리 형은 모르는 게 없어요. 책을 많이 읽어서 얼마나 똑똑하다고요.
나는 형을 닮고 싶어요. 그래서 형이 책가방을 매는 것처럼 나도 유치원 가방을 매고요, 형 몰래 형 신발도 신어보고 바지도 입어 보아요.
나는 형이 있어서 참 든든해요. 형은 내 편이니까요. 나는 세상에서 형이 가장 좋아요.
그런 형이 나랑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한 건 친구 생일 파티에 다녀와서부터였어요. 형은 친구들이랑 피씨 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집에 와서도 인터넷으로 계속 게임만 해요.
“형아, 우리 축구하자.”
“알았어, 나중에.”
“형아, 책 읽어 줘.”
“나 지금 바빠.”
형은 점점 나보다 컴퓨터랑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어요. 직장에 다니는 엄마는 형이 얼마나 컴퓨터를 좋아하는지 몰라요.
“엄마, 형아가 만날 컴퓨터만 하고 나랑 안 놀아줘.”
그래도 소용없어요. 형은 어느새 인터넷 게임에 푹 빠져 버렸어요.
사촌동생 돌잔치가 있던 일요일이었어요. 모두들 돌잔치에 갈 준비를 하는데 형은 배가 아파서 못 가겠다는 거예요.
“엄마, 나 혼자 집에 있을게요. 조금만 누워 있으면 괜찮을 거예요.”
“형아, 돌잔치 가면 맛있는 거 많은데 안 갈 거야?”
나는 형이랑 같이 가고 싶었어요. 엄마는 마음이 안 놓이는지 몇 번이고 형의 배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몇 시간 후, 돌잔치에 다녀왔을 때였어요.
피융피융, 콰콰쾅,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어요. 형은 우리가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아니, 이 녀석이 게임하려고 아프다는 핑계를 대는 거였어? 세상에 컴퓨터가 아주 뜨끈뜨끈하네. 죽도 안 먹고.”
그 날 형은 엄마한테 혼이 많이 났어요. 나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형이 나랑 놀아줄테니까요.
하지만 한 번 형을 빼앗아간 컴퓨터 게임은 쉽게 형을 돌려주지 않았어요. 형은 엄마가 안 계실 때마다 거실에 있는 컴퓨터를 켰어요. 하루에 두 시간만 하기로 한 약속도 안 지키고 학원도 빼먹고요.
“형아, 이제 그만해. 엄마한테 혼나려고 그래? 나랑 텔레비전 같이 보자.”
나는 형의 옷을 잡아당겼지만 형은 컴퓨터 안으로 들어갈 것처럼 의자를 바짝 잡아 당겼어요.
“형, 그만하라니까. 엄마한테 이를 거야.”
그래도 형이 꼼짝도 안 하자, 나는 정말 화가 났어요. 그래서 형이 한참 게임에 빠져 있는 컴퓨터 모니터를 확 꺼버렸어요.
“이 자식이 미쳤어?”
형은 나보다 100배는 더 화가 난 사람 같았어요. 내 머리를 쥐어박더니 나를 발로 차기 시작했어요.
“아야, 아파. 형아, 잘못했어. 그만해.”
나는 소리를 질렀지만 형은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나를 마구 때렸어요. 나는 입술이 찢어지고 코피가 났어요. 형은 엉엉 우는 나를 내버려두고 밖으로 나갔어요.
그 날 이후 나는 형이 무서워졌어요. 형이 벌떡 일어나기만 해도 나를 때리려는 것 같았어요.
형은 엄마랑 상담소에 다니기도 했어요. 점점 좋아지고 있다곤 했지만 나는 아직도 형이 낯설어요.
“태민아, 형아랑 축구할까?”
이제 형이 먼저 말해도 나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어요.
“태민아, 미안해. 그러지 마.”
내가 형만 보면 숨으니까 형도 속상한가봐요.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어요.
옛날의 형이 너무나 그립지만 아직도 나는 형이 무서운 걸요.
얼마 후, 이모가 우리 집에 까만색 강아지를 한 마리 가져왔어요. 우리 집이 낯설어서 무서운지 작은 강아지가 오들오들 떨었어요.
“태준이의 게임 중독을 고치려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해. 같이 강아지를 키우면 태민이 마음도 치료가 될 거야.”
강아지라면 질색하던 엄마도 이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강아지를 키우게 해달라고 그렇게 졸라도 꼼짝 않던 엄마가 허락을 해 준 거예요.
나랑 형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태민아, 우리 강아지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형이 떨고 있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초콜릿처럼 까만색이니까 초코라고 하면 어떨까?”
“좋아.”
나는 참 오랜만에 형을 보고 웃었어요. 형도 활짝 웃었어요.
“우리 같이 목욕도 시키고 산책도 시키자.”
우리는 용돈을 모아 초코에게 필요한 것들을 사기로 했어요.
나는 진짜 부자가 되었어요. 내가 좋아했던 형도 옛날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고 귀여운 새 동생도 생겼으니까요.


*초대작가 고수산나 약력

고수산나 선생님은 1970년에 태어났습니다.
1998년 샘터사 동화상에 ‘별이의 우산’이, 1998년 『아동문예』에 ‘삽살개 이야기’가 당선되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풍년이 들어도 걱정’,  4학년 2학기 도덕 교과서에 ‘오리가 키운 쌀’이 수록되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삽살개 이야기>,<내친구 꽃부리>,<세상에서 가장 작은 동생>,<뻐꾸기시계의 비밀>,<필리핀에서 온 조개개구리>,<봄편지의 천사 시인 서덕출님>,<또르르르 물을 따라가봐>,<민구야, 쫌>,<용돈 지갑에 구멍났나?>,<얘들아, 난 점쟁이가 될 거야>,<넌 누구편이야?>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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