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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작가)신기옥-엄마도_재부팅해_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3-02-18 15:17 | 조회 8,637 | 댓글 0

본문

(인터넷 및 미디어중독 예방 창작동화)       



<초대작가 작품>
     




< 엄마도 재부팅해 줘 >

작가 신기옥

 
“깨갱! 깨갱! 깨애애앵.”

분명히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였어요. 나는 현관문 벨을 마구 눌렀어요. 틀림없이 오빠가 무슨 짓을 한 거에요.

현관문이 벌컥 열렸어요. 오빠였어요. 오빠는 내가 들어가기도 전에 다짜고짜 나를 밀치고 밖으로 뛰쳐나갔어요.

“어딜 가?”

물었지만 오빠는 대답도 하지 않고 가버렸어요.

“톨! 톨이야!”

나는 가방을 벗지도 않은 채 톨이부터 찾았어요. 아니나 다를까, 톨이가 거실 구석에서 겁에 질린 눈빛으로 웅크린 채 있어요.

“이리 와. 이리 와, 톨.”

톨이가 엉기적거리며 내게로 왔어요.

“불쌍한 톨이…….”

눈물이 핑 돌았어요. 톨이를 꼭 안았어요. 팔딱팔딱. 톨이의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어요. 오빠가 미웠어요. 왜 저렇게 자꾸 나쁜 짓만 하는 건지……. 오빠가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것 같아 무섭기만 해요.

오빠가 변하기 시작한 건 컴퓨터 게임에 빠지면서부터예요.

“엄마한테 이르면 너 죽을 줄 알어!”

툭 하면 오빠는 나를 협박했어요. 학원을 빼먹고 가지 않은 날은 더더욱 그랬어요.

“오빠는 고생하는 엄마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이렇게 내가 따지기라도 하면,

“너 한 번만 더 그런 소리하면 죽을 줄 알어!”

라며 금방이라도 때릴 듯 나를 노려보았어요.

오빠가 하는 게임은 상대를 죽이고 아이템을 빼앗아 경험치를 모으는 일이에요. 오빠는 빨리 고렙이 되고 싶어 했어요. 고렙이 돼서 자기를 괴롭혔던 아이들을 다 죽여 버릴 거라고 했어요.

옷매무새가 엉망인 채 오빠가 돌아왔어요. 그새 또 한바탕 싸우고 온 모양이에요. 틀림없이 현피를 뜨고 온 거에요. 현피가 뭐냐고요? 현피란 게임 속에서 싸우다 화가 나면 실제로 만나서 싸우는 걸 말해요.

톨이가 움찔 놀라며 내 품을 파고들었어요. 겁먹은 눈으로 오빠 눈치를 힐끔힐끔 살폈어요. 톨이 때문이라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요.

“오빤 왜 톨이를 자꾸만 때리고 그래? 불쌍하지도 않아? 톨이가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 오빤 정말 나빠! 나쁘다구!”

나는 화가 나서 마구마구 소릴 질렀어요.

“너, 나한테 대들지 말랬지? 안 그래도 열 받아 죽겠는데. 쪼끄만한 게.”

오빠는 씩씩거리며 내가 안고 있는 톨이를 확 빼앗아 갔어요.

“톨이 줘!”

“못 줘! 내 강아지야.”

“그런데 왜 맨날 때려?”

“내 강아지니까 내 맘이야. 뭐? 죽으면 어쩌냐고? 걱정 마. 톨이가 죽으면 재부팅시키면 돼.”

“뭐? 오빠 미쳤어? 오빤 톨이가 게임 속 캐릭턴 줄 알아? 오빠 맘대로 죽였다 살렸다 하게.”

한창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소리가 울렸어요. 엄마가 일하는 식당에서 온 전화였어요. 전화기를 든 오빠 표정이 금세 굳어졌어요. 커다란 눈에 눈물이 그렁 맺혔어요.

“왜 그래?”

“엄마가… 엄마가 과로로 쓰러지셨대.”

“엄마가?”

“응.”

오빠가 고개를 푹 떨군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어요.

눈앞이 캄캄했어요. 엄마가 쓰러지다니요. 나는 울면서 소리쳤어요.

“오빠가 엄마 살려 내! 오빠는 톨이도 죽으면 살려낼 수 있다면서! 엄마도 재부팅해서 원래대로 해 놓으란 말이야!”

오빠는 계속 훌쩍거리며 손등으로 눈물만 훔치고 있었어요.

“이럴 게 아니다!”

우린 엄마가 쓰러지셨다는 식당으로 달려가고 있었어요.
*초대작가 신기옥 약력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남.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11년 황금펜아동문학상 동시 당선.

<염소배내기>외 몇 권의 그림동화와 <깜장고무신>외  몇 권의 단편집.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불교아동문학회,계몽아동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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