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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윤선-게임_속으로_들어간_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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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3-02-18 16:24 | 조회 9,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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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으로 들어간 준이
이윤선

 저는 준이의 친구 강아지 치치예요. 그런데 요즘 준이가 조금 달라졌어요. 컴퓨터를 하면서부터요. 화를 잘 내고 나쁜 말도 하고요.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학교에도 매일 지각을 해요. 어? 준이가 집에 왔나봐요.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인사해요. “멍멍 학교 잘 다녀왔어?”그런데 준이는 저를 본체만체 대답도 없네요.
 “흥! 이제 율이랑은 안놀아~.”오늘도 학교에서 친구와 다투었나 봐요.“이래뵈도 인터넷에서는 내가 대장이라고.”준이는 집에 오자마자 책가방을 팽개치고 컴퓨터를 켰어요. 빵빵빵. 괴물을 순식간에 물리쳤어요.“으하하! 겁 없이 나한테 덤비면 모두 가만 안 둘 거야. 이번엔 다른 게임을 해볼까?”피융피융.
 “멍멍. 준아...나 배고파...”“야 비켜~ 저리 가!”깨갱깽깽. 준이가 저를 세게 밀치는 바람에 저는 바닥에 떼구르르 나동그라졌어요. 피융피융피융.

 밖이 어두워 졌는데도 준이는 컴퓨터만 해요. 딸깍. 볼일을 마친 엄마가 돌아 오셨어요.“준아. 지금까지 게임만 한 거니? 저녁밥도 그대로네?”“생각 없어요.”“이제 씻고 같이 책 읽자.”“싫어요. 싫다고요!” 그 때였어요. 갑자기 컴퓨터가 우우웅 소리를 내며 꺼져버렸어요.‘아이, 뭐야. 짜증나게.’준이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어요.
“칫. 나 혼자 게임이나 실컷 했으면 좋겠다.”준이는 혼잣말을 하며 풀썩 침대에 누웠는데, 피융피융~ 게임속의 요란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따끔따끔 눈도 아프고, 지끈지끈 머리도 아팠어요. 꼬르르륵~ 끼니를 걸러서 배도 고팠지요.

 그런데 갑자기 컴퓨터가 준이의 눈앞에 나타났어요. 컴퓨터는 지지지직 소리를 내며 깜빡거리더니 엄청난 힘으로 준이를 끌어당겼어요. 슈우우웅.“으악~”준이는 그만 컴퓨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지요. 강아지 치치가 ‘펑’ 하고 게임 속의 거대한 괴물처럼 변하더니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크르르릉. 매일 게임만 하고 싶다고 했지? 네 소원을 들어주지. 아까 나를 괴롭혔겠다! 어디 한번 당해봐라.”빵빵빵. 치치는 준이에게 총을 쏘았어요. “안돼! 살려줘~”준이는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지만 괴물이 된 치치는 준이를 쫓아왔어요. 눈 앞에는 울퉁불퉁한 길이 펼쳐져 있었어요. 오른쪽으로 돌아도 왼쪽으로 돌아도 미로같이 복잡한 길은 계속되었어요. 치치를 겨우 따돌리고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데, 까만 벌레 한 무리가 보였어요.
 “너희들은 누구니? 도대체 여긴 어디야?”“우리는 인터넷에 중독된 사람의 머릿속에 사는 벌레다. 나쁜 말과 나쁜 행동을 하도록 조종하지.”
“그, 그럼 이곳은?”“그래~ 여긴 바로 준이, 너의 머릿속이야.”
 그 때, 치치가 다시 준이 앞에 나타났어요. “여기있었군.”
 “치치야, 나 이제 돌아갈래.”“뭐라고? 여기서 아무 걱정 없이 게임만 할 수 있는데 왜 가겠다는 거지? 공부도 할 필요 없고 부모님 잔소리도 들을 필요 없다고.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혼자서 평생 게임만 하면 돼.”“뭐, 뭐라고?”준이는 눈 앞이 깜깜해졌어요. 준이에겐 하고 싶은 일이 많았거든요.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고, 징가징가 기타를 연주하고 싶고, 비행기도 조종하고 싶고, 덩크슛도 하고 싶고, 맛있는 요리도 만들고 싶었어요.
“안 돼! 그럴 순 없어. 난 아직 꿈이 많다고. 아빠, 엄마도 보고 싶고. 게임 싫어! 게임은 그만 할 거야!”준이는 소리를 지르며 깜짝 놀라 눈을 떴어요. ‘휴...꿈이었구나.’

 “준아 일어났니? 일어났으면 아침 먹자.”“어, 엄마..어제는 제가 죄송했어요.”준이는 밥을 먹고 서둘러 학교에 갔어요. 모처럼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 여유롭게 학교에 가니 기분이 상쾌했어요. 그 때 어제 다투었던 친구 율이가 지나갔어요. 준이는 율이에게 달려갔어요.
“율아...어제는 별일도 아닌데 화내서 정말 미안했어.”“어? 그...그래 나도.” 준이와 율이는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갔어요.
“어머? 준이가 왠일로 이렇게 일찍 왔니? 우리 준이가 달라졌는걸...”
선생님께서 준이를 칭찬하시자 준이는 어깨가 으쓱했어요.

 “멍멍. 준이야 우리 달리기 하자.”엄마와 함께 공원에 나온 준이는 치치와 공원에서 달리기를 했어요. 달리기가 빠른 치치를 따라가려니 너무 힘들었지요. “헉헉.”준이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시원한 바람이 부니 몸이 가뿐해지는 것 같았어요.

 집에 들어오는 길에 준이와 엄마는 마당에 있는 텃밭으로 갔어요. 엄마는 그곳에 ‘준이네 텃밭’이라고 예쁜 팻말을 만들어놓고 오이, 고추, 상추, 방울토마토 같은 채소들을 가꾸시지요.
 “어? 이 벌레는?”준이는 꿈에 나왔던 까만 벌레를 발견했어요. 까만 벌레가 오글오글 달라붙은 잎사귀는 쪼글쪼글 볼품없이 변해있었어요.
“어머! 이게 뭐야? 진딧물이잖아. 요즘 바빠서 돌보질 못했더니.”
“진딧물이요?”
“응. 진딧물은 식물의 수분을 빨아먹고 사는데, 특히 여린 새순에 많이 생긴단다. 진딧물이 번식하면 식물이 말라 죽게 되지. 어휴...이거 정말 큰일이네.” 준이와 엄마는 텃밭에 진딧물 없애는 약을 뿌리고 잡초도 뽑았어요.
 “잡초도 빨리 뽑지 않으면, 옆으로 번지고 뿌리도 깊어져서 없애기가 힘들어진단다. 잡초는 식물의 영양분을 빼앗아서 허약하게 만들어.‘준이네 텃밭’ 채소들이 진딧물과 잡초 때문에 많이 아팠구나. 준아, 이제부터 우리 관심을 가지고 잘 돌봐주자.”
“알겠어요, 엄마. 저도 텃밭이 다시 건강해지도록 엄마를 도울게요.”
‘얘들아.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지? 미안해. 참 그리고 치치도. 이제부터는 밥도 잘 챙겨주고 목욕도 자주 시켜줄게. 우리 산책도 매일 하자.’

 준이는 이제 수첩에 인터넷 사용 일지를 써요. 엄마가 정해주신 시간만 인터넷을 하고 약속을 잘 지켰는지 적는 거예요. 수첩 한 귀퉁이에는 꾹꾹 눌러쓴 엄마의 편지가 있었어요.
‘준아...엄마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약속을 잘 지키는 우리 준이, 정말 멋지다.’ 

 얼마 뒤 식탁에는 ‘준이네 텃밭’에서 수확한 싱싱한 채소들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었어요.
“엄마. 우리가 직접 키워서 더 맛있어요.”
“그래. 우리 준이 많이 먹고 몸도 마음도 튼튼하게 잘 자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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