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상)황미숙-손가락만_까딱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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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3-02-18 15:26
조회 9,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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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상)황미숙-손가락만_까딱하면.hwp(28.5K)[0]2013-02-18 15: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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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만 까딱하면
황미숙
사촌동생 은우가 우리 집에 왔어요.
“혹시 은우가 깨면 저 거 주세요. 그럼, 혼자서도 잘 놀아요.” 고모는 유모차 거치대에 있는 납작하고 네모난 스마트 폰을 가리켰어요.
“은우가 벌써 스마트 폰을 해요?”
엄마가 놀란 듯 물었어요.
“네. 마트 갈 때나 운전 할 때 스마트 폰 없으면 제가 아무 것도 못 해요.”
고모는 스마트 폰이 요술방망이라도 되는 듯 말했어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은우에게 뭐든지 다 해 주는 고모가 우리 엄마였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모가 모임에 가고 나서 엄마는 저녁 준비를 했어요.
나는 은우가 깰까 봐 발뒤꿈치를 들고 은우에게 다가갔어요.
스마트 폰을 집으려고 하는데 하필 은우가 눈을 떴어요.
“엄마, 은우 일어났어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어요.
은우가 내 목소리에 놀랐는지 ‘으앙.’ 하고 울었어요.
나는 얼른 은우에게 스마트 폰을 주었어요.
은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울음을 뚝 그치고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렸어요.
“그 녀석, 희한하네.”
엄마가 은우를 보며 말했어요.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데도 은우는 스마트 폰을 보며 입을 헤 벌렸어요.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애한테…….”
엄마가 은우를 보며 고개를 저었어요.
은우는 집게손가락을 스마트 폰에 대고 선을 그렸어요.
화면에는 나무 위로 기어오르는 벌레들이 많이 보였어요.
은우가 손가락으로 벌레들을 슝! 날렸어요.
벌레들이 펑! 펑! 소리를 내며 터졌어요.
작은 손가락으로 스마트 폰을 만지는 은우는 꼬마 마술사 같았어요.
은우가 집게손가락을 까딱거릴 때 마다 내 손가락도 꼼지락거렸어요.
나는 은우를 봐주는 것처럼 하며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어요.
“어? 은우 왔네.”
목소리를 듣고서야 아빠가 들어오시는 걸 알았으니까요.
“아빠, 은우가 스마트 폰을 해요.”
나는 은우가 대단한 것처럼 말했어요.T
“뭐?”
아빠가 멍한 표정으로 은우를 바라보았어요.
은우는 게임을 하느라 아빠랑 눈도 맞추지 않았어요.
“뭐든 다 해준다고 좋은 게 아닌데…….”
아빠가 고개를 저으며 은우 손에 있는 스마트 폰을 쓰윽 빼냈어요.
은우는 또 다시 숨이 넘어 갈 듯 울었어요.
엄마가 은우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가 얼른 들어왔어요,
은우는 소리를 지르며 울다가 엄마를 꼬집고 물어뜯었대요.
“애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엄마도 한숨을 쉬었어요.
은우는 주먹을 쥐고도 집게손가락은 펴고 있었어요.
목이 쉬도록 우는 은우를 보니 코끝이 찡했어요.
은우는 자면서도 가끔씩 흐느꼈어요. 아빠는 은우 가슴과 등을 살살 어루만졌어요.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손가락도 하나하나 주물렀어요. 은우는 다행히 안 깨어나고 잘 잤어요.
늦게 돌아온 고모랑 아빠는 큰방에서 한참동안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다음 날 아침이었어요.
나는 조심스레 물었어요.
“아빠, 은우가 왜 그래요?”
“스마트 폰 안에 사는 인터넷 괴물이 은우를 조종해서 그런 거야.”
나는 다시 엄마에게 물었어요.
“은우가 왜 그래요?”
“많이 안아주지 않아서 그래.”
나는 고모에게 물었어요.
“은우가 왜 그래요?”
“응, 아빠 사랑을 많이 못 받아서 그렇대.”
아빠랑 엄마, 고모 대답이 다 달랐어요.
고모랑 은우는 이제 우리랑 함께 살 거라고 아빠가 말해주었어요.
외국에 일하러 간 고모부가 오실 때까지지만요.
“형아가 은우한테 그림책 좀 읽어줄래?”
아빠가 내게 말했어요.
나는 ‘음’ ‘음’ 하며 목청을 가다듬었어요.
“둥그런 알 하나가 굴러 왔어요.
데굴데굴 수풀을 지나고……”
갑자기 은우가 그림책을 빼앗아 갔어요.
“은우야, 이리 줘. 형아가 읽어 줄게.”
은우는 고개를 흔들며 그림책에 집게손가락을 쓰윽 그었어요.
하지만 그림책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자 짜증을 부렸어요.
“은우야, 그건 스마트 폰이 아니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은우는 그림책을 홱 집어 던졌어요.
나는 바닥에 떨어진 그림책을 주워들고 은우에게 말했어요.
“손가락만 까딱하면 나빠!”
“흐 … 응?”
어? 은우가 분명 내게 말 했는데…….
형이라고 한 거야? 응 이라고 한 거야?(*)
황미숙
사촌동생 은우가 우리 집에 왔어요.
“혹시 은우가 깨면 저 거 주세요. 그럼, 혼자서도 잘 놀아요.” 고모는 유모차 거치대에 있는 납작하고 네모난 스마트 폰을 가리켰어요.
“은우가 벌써 스마트 폰을 해요?”
엄마가 놀란 듯 물었어요.
“네. 마트 갈 때나 운전 할 때 스마트 폰 없으면 제가 아무 것도 못 해요.”
고모는 스마트 폰이 요술방망이라도 되는 듯 말했어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은우에게 뭐든지 다 해 주는 고모가 우리 엄마였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모가 모임에 가고 나서 엄마는 저녁 준비를 했어요.
나는 은우가 깰까 봐 발뒤꿈치를 들고 은우에게 다가갔어요.
스마트 폰을 집으려고 하는데 하필 은우가 눈을 떴어요.
“엄마, 은우 일어났어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어요.
은우가 내 목소리에 놀랐는지 ‘으앙.’ 하고 울었어요.
나는 얼른 은우에게 스마트 폰을 주었어요.
은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울음을 뚝 그치고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렸어요.
“그 녀석, 희한하네.”
엄마가 은우를 보며 말했어요.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데도 은우는 스마트 폰을 보며 입을 헤 벌렸어요.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애한테…….”
엄마가 은우를 보며 고개를 저었어요.
은우는 집게손가락을 스마트 폰에 대고 선을 그렸어요.
화면에는 나무 위로 기어오르는 벌레들이 많이 보였어요.
은우가 손가락으로 벌레들을 슝! 날렸어요.
벌레들이 펑! 펑! 소리를 내며 터졌어요.
작은 손가락으로 스마트 폰을 만지는 은우는 꼬마 마술사 같았어요.
은우가 집게손가락을 까딱거릴 때 마다 내 손가락도 꼼지락거렸어요.
나는 은우를 봐주는 것처럼 하며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어요.
“어? 은우 왔네.”
목소리를 듣고서야 아빠가 들어오시는 걸 알았으니까요.
“아빠, 은우가 스마트 폰을 해요.”
나는 은우가 대단한 것처럼 말했어요.T
“뭐?”
아빠가 멍한 표정으로 은우를 바라보았어요.
은우는 게임을 하느라 아빠랑 눈도 맞추지 않았어요.
“뭐든 다 해준다고 좋은 게 아닌데…….”
아빠가 고개를 저으며 은우 손에 있는 스마트 폰을 쓰윽 빼냈어요.
은우는 또 다시 숨이 넘어 갈 듯 울었어요.
엄마가 은우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가 얼른 들어왔어요,
은우는 소리를 지르며 울다가 엄마를 꼬집고 물어뜯었대요.
“애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엄마도 한숨을 쉬었어요.
은우는 주먹을 쥐고도 집게손가락은 펴고 있었어요.
목이 쉬도록 우는 은우를 보니 코끝이 찡했어요.
은우는 자면서도 가끔씩 흐느꼈어요. 아빠는 은우 가슴과 등을 살살 어루만졌어요.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손가락도 하나하나 주물렀어요. 은우는 다행히 안 깨어나고 잘 잤어요.
늦게 돌아온 고모랑 아빠는 큰방에서 한참동안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
다음 날 아침이었어요.
나는 조심스레 물었어요.
“아빠, 은우가 왜 그래요?”
“스마트 폰 안에 사는 인터넷 괴물이 은우를 조종해서 그런 거야.”
나는 다시 엄마에게 물었어요.
“은우가 왜 그래요?”
“많이 안아주지 않아서 그래.”
나는 고모에게 물었어요.
“은우가 왜 그래요?”
“응, 아빠 사랑을 많이 못 받아서 그렇대.”
아빠랑 엄마, 고모 대답이 다 달랐어요.
고모랑 은우는 이제 우리랑 함께 살 거라고 아빠가 말해주었어요.
외국에 일하러 간 고모부가 오실 때까지지만요.
“형아가 은우한테 그림책 좀 읽어줄래?”
아빠가 내게 말했어요.
나는 ‘음’ ‘음’ 하며 목청을 가다듬었어요.
“둥그런 알 하나가 굴러 왔어요.
데굴데굴 수풀을 지나고……”
갑자기 은우가 그림책을 빼앗아 갔어요.
“은우야, 이리 줘. 형아가 읽어 줄게.”
은우는 고개를 흔들며 그림책에 집게손가락을 쓰윽 그었어요.
하지만 그림책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자 짜증을 부렸어요.
“은우야, 그건 스마트 폰이 아니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은우는 그림책을 홱 집어 던졌어요.
나는 바닥에 떨어진 그림책을 주워들고 은우에게 말했어요.
“손가락만 까딱하면 나빠!”
“흐 … 응?”
어? 은우가 분명 내게 말 했는데…….
형이라고 한 거야? 응 이라고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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