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작가)안선모-내머릿속에_독거미가_우글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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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3-02-18 15:18
조회 8,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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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작가)안선모-내머릿속에_독거미가_우글우글.hwp(30.0K)[0]2013-02-18 15: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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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및 미디어중독 예방 창작동화)
<초대작가 작품>
내 머릿속에 독거미가 우글우글
작가 안선모
연수는 언제부터인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어. 그게 언제부터인가 생각해 보았더니 생일 선물로 컴퓨터를 받은 날부터야.
친구들은 컴퓨터가 있었지만 연수만 컴퓨터가 없었어. 연수가 갖고 있지 않은 건 그 외에도 많아. 연수는 그 흔한 휴대폰도 갖고 있지 않아. 연수네 집에는 심지어 텔레비전도 없어.
“연수네 집은 구석기 시대야. 집에 있는 거라곤 책뿐이야.”
아이들이 그렇게 놀릴 때에도 연수는 별로 끄떡하지 않았어. 왜냐고? 책이 얼마나 재밌는지 모르니까 친구들이 저렇게 촌스러운 소리를 하는구나, 생각했었거든. 연수는 책에 빠져 지냈어. 책속의 주인공과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여행도 하고 그렇게 즐거운 나날을 보냈었지.
그런데 말이야. 연수에게 큰 변화가 생긴 건 말이야. 친구 해르네 집에서 우연히 해 본 인터넷 때문이었지. 해르는 사실 수학도 잘 못하고, 받아쓰기도 잘 못하는 아이야. 그런데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눈이 반짝반짝거렸지. 연수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트를 수백 개나 알고 있었고, 할 줄 아는 게임의 종류만도 수십 가지가 넘었어.
“연수야, 너 이런 거 잘 못하지? 내가 가르쳐줄테니까 잘 봐.”
그러면서 해르는 여러 가지 게임을 가르쳐 주었어. 처음엔 좀 낯설고 잘 못했지만 차츰 실력이 나아졌어. 그때부터 연수는 해르네 집에서 살다시피 했어.
“연수야, 너 안 되겠다. 엄마아빠가 컴퓨터 사주기로 했으니 이제 집에서 게임하도록 하자.”
보다 못한 엄마아빠의 결정이었지. 그러면서 엄마아빠는 딱 두 가지 조건을 붙였어.
“인터넷은 하루에 한 시간만!
인터넷은 자기 할 일을 다 한 후에!”
물론 연수도 처음엔 그 약속을 지키려고 했어. 그런데 그게 말이야. 마음대로 안 되는 거야. 한 시간 인터넷을 하고 나면, 눈앞에 아까 하던 게임이 어른거렸어. 그러니까 숙제도 잘 안 되고 마음이 둥둥 떠다녔어.
“에이, 엄마아빠가 내가 한 시간 이상 했는지 어떻게 알겠어?”
연수는 머리를 쓰기 시작했어. 엄마아빠에게는 약속을 지킨 척하고 인터넷 하는 시간을 늘여나갔어. 한 시간 30분에서 두 시간, 나중에서 세 시간, 네 시간을 해도 자꾸만 하고 싶은 거야.
자신이 할 일은 얼렁뚱땅 대충하고 인터넷에 점점 빠져 들어갔지. 그러려니 엄마아빠에겐 자꾸만 거짓말을 하게 되었어.
“우리 연수, 약속 잘 지켰지?”
저녁 때 직장에서 돌아오신 엄마아빠의 말에 연수는 고개를 끄덕였지.
“그럼요! 인터넷은 한 시간만 했어요. 그리고 그림도 그리고, 숙제하고 또 책을 읽었어요.”
연수의 이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어. 연수는 책을 더 이상 읽을 수 없었어. 책을 펴면 그 속엔 게임 속에서 본 무기들이 가득 차 있었지. 무기들을 들고 싸울 생각을 하니 흥분이 되었고 눈알을 새빨갛게 변했어.
그러더니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을 하고 있으면 머리가 아팠어. 이마가 아프다가, 뒤통수가 아프다가, 옆통수가 아프다가 나중에는 온 머리가 아팠어. 꼭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이 말이야.
“아,아! 머리 아파.”
연수는 머리를 움켜쥐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어. 찬물로 세수를 하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였지.
콸콸콸
수돗물을 틀어놓고 두 손을 담고 거울을 보았어.
“악! 이게 뭐야?
연수는 비명을 질렀어. 연수의 머릿속에 우글우글 독거미가 들어있었어.
“우리는 네 뇌를 갉아먹는 독거미야. 네가 인터넷에 빠져서 나오지 못하고 헤맬 때마다 우리는 더욱 강해지지.”
“말도 안 돼! 너희들이 왜 내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거야? 빨리나오지 못해!”
연수는 소리를 질렀어.
“우리들은 바로 네가 키운 거야. 그러니 우리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고!”
독거미들이 실실 웃으며 말했어.
연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물을 뿌렸어. 하지만 머릿속 독거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연수를 바라보았지.
으악!
연수는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껐어. 순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어. 순간 해야 할 일이 하나 둘 떠올랐어.
“연수야, 유치원에 다녀오면 손발부터 깨끗이 씻고
엄마가 챙겨놓은 간식 먹고, 숙제 하는 거야.
그리고, 오늘은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날이라는 거 알지? 그건 연수가 하기로 한 일이다!“
연수는 얼른 양말을 벗고 그 양말을 세탁기에 넣었어.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발도 씻었어. 그 다음은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고구마와 우유를 맛있게 먹고, 베란다로 나갔어. 따로 따로 담겨 있는 캔과 병 그리고 폐지를 들고 아파트 수위실 옆으로 갔어. 분리수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숙제를 하려고 책상에 앉았지.
“그 녀석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연수는 조심스레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들여다보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독거미가 사라진 거야.
“그래, 알았어. 다시는 독거미가 생기지 않게 할 거야. 다시는 그 녀석들이 내 머릿속을 흐트려놓게 하지 않을 거야.”
연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에 돌아왔어. 컴퓨터가 바로 눈앞에 있었지만 별로 인터넷을 하고 싶지 않았어.
연수는 책을 펼쳐들고 또박또박 큰소리로 읽어내려갔단다.
“옛날옛날 한 아이가 살았어요........”(끝)
*초대작가 안선모 약력
인천에서 태어났으며 1992년 동화 <대싸리의 꿈>으로 월간<아동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마이네임이즈 민캐빈>, <소리섬은 오늘도 화창합니다>, <우당탕탕 2학년 3반>, <은이에게 아빠가 생겼어요> 등 여러 권이 있으며, 해강아동문학상 신인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초대작가 작품>
내 머릿속에 독거미가 우글우글
작가 안선모
연수는 언제부터인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어. 그게 언제부터인가 생각해 보았더니 생일 선물로 컴퓨터를 받은 날부터야.
친구들은 컴퓨터가 있었지만 연수만 컴퓨터가 없었어. 연수가 갖고 있지 않은 건 그 외에도 많아. 연수는 그 흔한 휴대폰도 갖고 있지 않아. 연수네 집에는 심지어 텔레비전도 없어.
“연수네 집은 구석기 시대야. 집에 있는 거라곤 책뿐이야.”
아이들이 그렇게 놀릴 때에도 연수는 별로 끄떡하지 않았어. 왜냐고? 책이 얼마나 재밌는지 모르니까 친구들이 저렇게 촌스러운 소리를 하는구나, 생각했었거든. 연수는 책에 빠져 지냈어. 책속의 주인공과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여행도 하고 그렇게 즐거운 나날을 보냈었지.
그런데 말이야. 연수에게 큰 변화가 생긴 건 말이야. 친구 해르네 집에서 우연히 해 본 인터넷 때문이었지. 해르는 사실 수학도 잘 못하고, 받아쓰기도 잘 못하는 아이야. 그런데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눈이 반짝반짝거렸지. 연수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트를 수백 개나 알고 있었고, 할 줄 아는 게임의 종류만도 수십 가지가 넘었어.
“연수야, 너 이런 거 잘 못하지? 내가 가르쳐줄테니까 잘 봐.”
그러면서 해르는 여러 가지 게임을 가르쳐 주었어. 처음엔 좀 낯설고 잘 못했지만 차츰 실력이 나아졌어. 그때부터 연수는 해르네 집에서 살다시피 했어.
“연수야, 너 안 되겠다. 엄마아빠가 컴퓨터 사주기로 했으니 이제 집에서 게임하도록 하자.”
보다 못한 엄마아빠의 결정이었지. 그러면서 엄마아빠는 딱 두 가지 조건을 붙였어.
“인터넷은 하루에 한 시간만!
인터넷은 자기 할 일을 다 한 후에!”
물론 연수도 처음엔 그 약속을 지키려고 했어. 그런데 그게 말이야. 마음대로 안 되는 거야. 한 시간 인터넷을 하고 나면, 눈앞에 아까 하던 게임이 어른거렸어. 그러니까 숙제도 잘 안 되고 마음이 둥둥 떠다녔어.
“에이, 엄마아빠가 내가 한 시간 이상 했는지 어떻게 알겠어?”
연수는 머리를 쓰기 시작했어. 엄마아빠에게는 약속을 지킨 척하고 인터넷 하는 시간을 늘여나갔어. 한 시간 30분에서 두 시간, 나중에서 세 시간, 네 시간을 해도 자꾸만 하고 싶은 거야.
자신이 할 일은 얼렁뚱땅 대충하고 인터넷에 점점 빠져 들어갔지. 그러려니 엄마아빠에겐 자꾸만 거짓말을 하게 되었어.
“우리 연수, 약속 잘 지켰지?”
저녁 때 직장에서 돌아오신 엄마아빠의 말에 연수는 고개를 끄덕였지.
“그럼요! 인터넷은 한 시간만 했어요. 그리고 그림도 그리고, 숙제하고 또 책을 읽었어요.”
연수의 이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어. 연수는 책을 더 이상 읽을 수 없었어. 책을 펴면 그 속엔 게임 속에서 본 무기들이 가득 차 있었지. 무기들을 들고 싸울 생각을 하니 흥분이 되었고 눈알을 새빨갛게 변했어.
그러더니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을 하고 있으면 머리가 아팠어. 이마가 아프다가, 뒤통수가 아프다가, 옆통수가 아프다가 나중에는 온 머리가 아팠어. 꼭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이 말이야.
“아,아! 머리 아파.”
연수는 머리를 움켜쥐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어. 찬물로 세수를 하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였지.
콸콸콸
수돗물을 틀어놓고 두 손을 담고 거울을 보았어.
“악! 이게 뭐야?
연수는 비명을 질렀어. 연수의 머릿속에 우글우글 독거미가 들어있었어.
“우리는 네 뇌를 갉아먹는 독거미야. 네가 인터넷에 빠져서 나오지 못하고 헤맬 때마다 우리는 더욱 강해지지.”
“말도 안 돼! 너희들이 왜 내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거야? 빨리나오지 못해!”
연수는 소리를 질렀어.
“우리들은 바로 네가 키운 거야. 그러니 우리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고!”
독거미들이 실실 웃으며 말했어.
연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물을 뿌렸어. 하지만 머릿속 독거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연수를 바라보았지.
으악!
연수는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껐어. 순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어. 순간 해야 할 일이 하나 둘 떠올랐어.
“연수야, 유치원에 다녀오면 손발부터 깨끗이 씻고
엄마가 챙겨놓은 간식 먹고, 숙제 하는 거야.
그리고, 오늘은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날이라는 거 알지? 그건 연수가 하기로 한 일이다!“
연수는 얼른 양말을 벗고 그 양말을 세탁기에 넣었어.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발도 씻었어. 그 다음은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고구마와 우유를 맛있게 먹고, 베란다로 나갔어. 따로 따로 담겨 있는 캔과 병 그리고 폐지를 들고 아파트 수위실 옆으로 갔어. 분리수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숙제를 하려고 책상에 앉았지.
“그 녀석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연수는 조심스레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들여다보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독거미가 사라진 거야.
“그래, 알았어. 다시는 독거미가 생기지 않게 할 거야. 다시는 그 녀석들이 내 머릿속을 흐트려놓게 하지 않을 거야.”
연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에 돌아왔어. 컴퓨터가 바로 눈앞에 있었지만 별로 인터넷을 하고 싶지 않았어.
연수는 책을 펼쳐들고 또박또박 큰소리로 읽어내려갔단다.
“옛날옛날 한 아이가 살았어요........”(끝)
*초대작가 안선모 약력
인천에서 태어났으며 1992년 동화 <대싸리의 꿈>으로 월간<아동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마이네임이즈 민캐빈>, <소리섬은 오늘도 화창합니다>, <우당탕탕 2학년 3반>, <은이에게 아빠가 생겼어요> 등 여러 권이 있으며, 해강아동문학상 신인상, 한국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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