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작가)이상교-얘들아,나와서_놀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3-02-18 15:20
조회 9,312
댓글 0
- (초대작가)이상교-얘들아,나와서_놀자!.hwp(30.5K)[0]2013-02-18 15:20:31
본문
(인터넷 및 미디어중독 예방 창작동화)
<초대작가 작품>
얘들아, 나와서 놀자!
작가 이 상 교
여긴 푸른 별 아파트 놀이터야.
놀이터에는 별별 놀이기구가 다 있지. 그네는 물론, 시이소, 미끄럼틀, 그물망 매달리기도 있어.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놀이터에는 나와 노는 아이들이 별로 보이질 않아.
‘이상하네. 푸른별 아파트에는 아이들이 없는 걸까?’
놀이터 위를 지나던 해님이 고개를 갸웃거렸어.
‘아이들이 있는 걸 베란다 창으로 보았는데...’
베란다 건조대에 아이들 옷이 걸려 있는 걸 자주 보았어. 알록달록 작은 양말, 리본이 달린 예쁜 속옷도 말야.
‘모두 유치원에 가지 않았으면 제 방 의자에 책이라도 보는 걸까?’
해님은 이 생각, 저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서산 너머로 넘어가곤 했지.
그런 어느 날 해가 꼴깍 넘어갈 쯤이야.
해님이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이 따르릉 울렸어.
참, 예전에는 해님은 휴대폰 같은 걸 가지고 있지 않았어. 그런데 세월이 변해 해님도 휴대폰 같은 걸 갖게 되었다는 거야. 해님 뿐 아니라 달님도 별님도 원한다면 모두 갖게 되었지.
“여보세요! 누구신가요?”
전화를 걸어온 것은 다름 아닌 달님이었어.
“으응, 난 달인데...”
달님 목소리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어. 해님은 무슨 일인지 물었지.
“나는 오늘 밤 떠오를 수 없을 것 같아. 어쩌면 내일도. 그래서 부탁인 데.. 구름에게 하늘 좀 가려 달라고 말해 줘.”
오늘 밤이라면 둥그렇고 환한 보름달이 뜰 차례야.
“뭐라고? 그건 말도 안돼!”
해님은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지. 그리고 이어서 말했어.
“네가 밤낮으로 인터넷 게임을 한다더니, 그 말이 정말이었구나!”
해님의 호통에 달님은 한 마디도 대답도 못했어.
“소식이 없었던 사이, 넌 게임에 빠져 있었던 거로구나.”
“... 응, 얼굴은 새하예지고 두 눈은 새빨개지고 말았어. 누구라도 날 보면 무서워 달아날 거야. 꼼짝않고 게임만 해선지 온몸이 딱딱하게 굳 었어. 손가락만 달달 떨리고 말야.”
달님은 마침내 흑흑 흐느껴 울었어.
“알았어. 이번 딱 한번만 봐줄게. 대신 휴대폰이든 컴퓨터든 게임에서 벗어나기 바래. 하나님한테 이르기 전에 말야.”
“으응, 고마워!”
그런데 고개를 쳐든 달님 얼굴을 본 해님은 기절할 듯 놀라고 말았지.
왠 줄 아니? 동그랗지 않으면 반쪽달 아니면 초승달일 달님 얼굴이 네모나 있는 거였어. 해님은 너무도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지.
“왜 그러니? 내 얼굴에 뭐라도 묻은 거야?”
달님이 물었어.
“너, 넌 네, 네 얼굴이 네모가 된 걸 모, 모르니?”
해님은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어.
달님 얼굴이 네모가 된 걸 누구라도 본다면 놀랄 것이 분명해. 해님의 말에 달님은 제 얼굴을 손으로 더듬어 보았어. 해님 말은 정말이었어. 한쪽으로 조금 긴 네모가 된 거였어. 두 눈도 귀도 입도 코도 네모 모양이 되어 있었어.
“엉엉, 이 일을 어쩌면 좋아! 틈만 나면 네모난 텔레비전을 보는 건 물 론, 네모난 컴퓨터, 휴대폰의 네모 화면의 인터넷에 빠져 있어선 거 야!”
해님은 엉엉 소리내 우는 달님을 한참이나 바라보았어. 그러다 천천히 입을 열었지.
“계속 인터넷 게임 따위에 빠져 있게 된다면 넌 네모난 화면 속으 로 빨려들어가게 될른지도 몰라. 세상 밖으로 영영 빠져 나올 수 없게 될른지도 모른다니까.”
울고 있는 달님이 딱했지만 따끔하게 말해 주어야 할 것 같았어.
“...게임에 빠지는 버릇을 없이하면 도로 동그래질까, 전처럼 하늘을 미 끄러지는 것처럼 달리게 될까, 손가락은 달달 떨리지 않게 될까?”
“물론이야! 전처럼 구름 속에 숨었다 나왔다, 숨바꼭질 놀이하는 게 좋 아. 잔잔한 연못물에 풍덩 들어가 헤엄치기도 재미있지 않니?”
* *
다음 날이야.
다른 날처럼 해님은 놀이터 위를 지나가게 되었지.
놀이터는 노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했지. 아이들 얼굴을 모두 동그랬고 말야.
“휴우, 다행이야! 난 아이들이 컴퓨터나 제 엄마 휴대폰을 빌려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는 것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목소리가 해님 귀까지 올라왔어.
동그란 얼굴로 해맑게 웃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말야. (*)
*초대작가 이상교 약력
서울에서 태어나 강화에서 성장했습니다. 1973년 소년 잡지에 동시가 추천 완료되었고, 197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부문 입선, 1977년 조선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부문 입선 및 당선되었습니다. 지금은 한국동시문학회 고문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를 겸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화집 <댕기 땡기>, <처음 받은 상장> 등이 있으며 동시집으로는 <살아난다 살아난다>, <먼지야, 자니?> 등이 있고, 그림책으로 <도깨비와 범벅장수>, <노란 똥 책벌레> 그밖에 여러 권이 있습니다. 세종 아동 문학상과 한국출판 문화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초대작가 작품>
얘들아, 나와서 놀자!
작가 이 상 교
여긴 푸른 별 아파트 놀이터야.
놀이터에는 별별 놀이기구가 다 있지. 그네는 물론, 시이소, 미끄럼틀, 그물망 매달리기도 있어.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놀이터에는 나와 노는 아이들이 별로 보이질 않아.
‘이상하네. 푸른별 아파트에는 아이들이 없는 걸까?’
놀이터 위를 지나던 해님이 고개를 갸웃거렸어.
‘아이들이 있는 걸 베란다 창으로 보았는데...’
베란다 건조대에 아이들 옷이 걸려 있는 걸 자주 보았어. 알록달록 작은 양말, 리본이 달린 예쁜 속옷도 말야.
‘모두 유치원에 가지 않았으면 제 방 의자에 책이라도 보는 걸까?’
해님은 이 생각, 저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서산 너머로 넘어가곤 했지.
그런 어느 날 해가 꼴깍 넘어갈 쯤이야.
해님이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이 따르릉 울렸어.
참, 예전에는 해님은 휴대폰 같은 걸 가지고 있지 않았어. 그런데 세월이 변해 해님도 휴대폰 같은 걸 갖게 되었다는 거야. 해님 뿐 아니라 달님도 별님도 원한다면 모두 갖게 되었지.
“여보세요! 누구신가요?”
전화를 걸어온 것은 다름 아닌 달님이었어.
“으응, 난 달인데...”
달님 목소리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어. 해님은 무슨 일인지 물었지.
“나는 오늘 밤 떠오를 수 없을 것 같아. 어쩌면 내일도. 그래서 부탁인 데.. 구름에게 하늘 좀 가려 달라고 말해 줘.”
오늘 밤이라면 둥그렇고 환한 보름달이 뜰 차례야.
“뭐라고? 그건 말도 안돼!”
해님은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지. 그리고 이어서 말했어.
“네가 밤낮으로 인터넷 게임을 한다더니, 그 말이 정말이었구나!”
해님의 호통에 달님은 한 마디도 대답도 못했어.
“소식이 없었던 사이, 넌 게임에 빠져 있었던 거로구나.”
“... 응, 얼굴은 새하예지고 두 눈은 새빨개지고 말았어. 누구라도 날 보면 무서워 달아날 거야. 꼼짝않고 게임만 해선지 온몸이 딱딱하게 굳 었어. 손가락만 달달 떨리고 말야.”
달님은 마침내 흑흑 흐느껴 울었어.
“알았어. 이번 딱 한번만 봐줄게. 대신 휴대폰이든 컴퓨터든 게임에서 벗어나기 바래. 하나님한테 이르기 전에 말야.”
“으응, 고마워!”
그런데 고개를 쳐든 달님 얼굴을 본 해님은 기절할 듯 놀라고 말았지.
왠 줄 아니? 동그랗지 않으면 반쪽달 아니면 초승달일 달님 얼굴이 네모나 있는 거였어. 해님은 너무도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지.
“왜 그러니? 내 얼굴에 뭐라도 묻은 거야?”
달님이 물었어.
“너, 넌 네, 네 얼굴이 네모가 된 걸 모, 모르니?”
해님은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어.
달님 얼굴이 네모가 된 걸 누구라도 본다면 놀랄 것이 분명해. 해님의 말에 달님은 제 얼굴을 손으로 더듬어 보았어. 해님 말은 정말이었어. 한쪽으로 조금 긴 네모가 된 거였어. 두 눈도 귀도 입도 코도 네모 모양이 되어 있었어.
“엉엉, 이 일을 어쩌면 좋아! 틈만 나면 네모난 텔레비전을 보는 건 물 론, 네모난 컴퓨터, 휴대폰의 네모 화면의 인터넷에 빠져 있어선 거 야!”
해님은 엉엉 소리내 우는 달님을 한참이나 바라보았어. 그러다 천천히 입을 열었지.
“계속 인터넷 게임 따위에 빠져 있게 된다면 넌 네모난 화면 속으 로 빨려들어가게 될른지도 몰라. 세상 밖으로 영영 빠져 나올 수 없게 될른지도 모른다니까.”
울고 있는 달님이 딱했지만 따끔하게 말해 주어야 할 것 같았어.
“...게임에 빠지는 버릇을 없이하면 도로 동그래질까, 전처럼 하늘을 미 끄러지는 것처럼 달리게 될까, 손가락은 달달 떨리지 않게 될까?”
“물론이야! 전처럼 구름 속에 숨었다 나왔다, 숨바꼭질 놀이하는 게 좋 아. 잔잔한 연못물에 풍덩 들어가 헤엄치기도 재미있지 않니?”
* *
다음 날이야.
다른 날처럼 해님은 놀이터 위를 지나가게 되었지.
놀이터는 노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했지. 아이들 얼굴을 모두 동그랬고 말야.
“휴우, 다행이야! 난 아이들이 컴퓨터나 제 엄마 휴대폰을 빌려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는 것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목소리가 해님 귀까지 올라왔어.
동그란 얼굴로 해맑게 웃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말야. (*)
*초대작가 이상교 약력
서울에서 태어나 강화에서 성장했습니다. 1973년 소년 잡지에 동시가 추천 완료되었고, 197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부문 입선, 1977년 조선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부문 입선 및 당선되었습니다. 지금은 한국동시문학회 고문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를 겸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화집 <댕기 땡기>, <처음 받은 상장> 등이 있으며 동시집으로는 <살아난다 살아난다>, <먼지야, 자니?> 등이 있고, 그림책으로 <도깨비와 범벅장수>, <노란 똥 책벌레> 그밖에 여러 권이 있습니다. 세종 아동 문학상과 한국출판 문화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