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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로 친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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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인애
작성일 10-03-30 12:18 | 조회 8,557 | 댓글 0

본문

나뭇가지에 나팔꽃 줄기들이 넝쿨을 뻗으며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토롱이 나팔꽃이 투덜거렸지요.


“아, 왜 이렇게 답답하지? 숨이 막히는 것 같아.”


“맞아. 너무 좁아. 저리 좀 비켜.”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할머니 나팔꽃이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쑥 내밀었어요.


“가만있자. 응, 알았어. 다들 시계방향으로 감아 올라가는데 쟤만 반대로 올라가는구나. 그러니 좁을 수밖에.”


그러자 통통이 나팔꽃이 큰 소리로 말했어요.


“너 때문에 우리가 답답하잖아. 똑바로 해.”


왼손이 나팔꽃이 아무리 오른쪽으로 감아보려고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너희들이 오른손잡이로 태어난 것처럼 나는 왼손잡이로 태어난 것뿐이야.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어느 날 세찬 바람이 왼손이 나팔꽃을 막 흔들었어요.


“어, 어, 어지러워. 얘들아, 날 좀 도와줘.”


바람은 점점 거세져서 왼손이 나팔꽃이 땅에 떨어지려고 할 때였어요.


“저어~ 나라도 괜찮다면 날 잡아보세요.”


한 쪽에서 지켜보던 가시나무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어요.


“내 몸에는 가시가 많아서 다들 싫어해요. 가시가 없는 곳으로 조심해서 넝쿨을 잘 감아보세요.”


왼손이 나팔꽃은 가시나무를 향해 넝쿨을 뻗었어요. 가시가 넝쿨을 찔렀지만 참을 수 있었어요.


“아! 이제야 살 것 같다. 정말 고마워. 난 왼손잡인데 넌 내가 싫지 않니?”


“왼손잡이가 어때서요. 생김새나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다고 따돌리는 것은 좋지 않은 거예요.”


“그래. 그러다 모두들 외톨이가 되고 말 거야.”


“왼손이 나팔꽃님, 우린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에요. 우리 서로 친구해요.”


왼손이 나팔꽃은 가시나무의 몸을 살며시 끌어안았어요.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지만 왼손이 나팔꽃과 가시나무는 아주 행복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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